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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nezia 1

가져온 카메라/Europe

by Simon_ 2026. 5. 9. 0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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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침 7시 30분, 베니스에서의 일주일이 지나고 로마로 향하는 기차를 타러 나왔다. 일주일 동안은 이탈리아어에 엄청난 발전까지는 아니지만 귀가 트이고 입이 트이는 느낌은 좀 들었다. 혼자 여행을 다닐 때에는 훨씬 더 많이 걷기 때문에 이어폰을 꽂고 팟캐스트를 듣곤 했는데 거리의 이탈리아어를 듣기 위해서 이어폰을 들고 나간 적이 없다. 9시부터 10시 30분까지 수업, 30분 휴식, 12시 30분까지 오전 수업이 끝나면 오후는 자유시간이었다. 어학원에서 주최하는 문화활동이 보통 3시쯤에 잡혀있어서 뮤지엄 한 군데를 갔다오면 딱 시간이 맞았다.

웬만한 뮤지엄은 다 가보고 나선 느긋하게 테라스에서 점심을 먹고 오기도 했다. 파리에서는 스프리츠를 마신 적이 별로 없는데 베니스에 오니 모두 스프리츠를 마시고, 가격대도 3-4유로대로 훨씬 저렴해서 와인 대신에 스프리츠를 마셨다. 언제나처럼 이탈리아에 오면 매일 아침엔 카푸치노와 피스타치오 크로와상을 먹었다. 크로와상 자체는 프랑스에서 먹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형편없지만 피스타치오 크림이 있으니까.

 

2.

월요일의 첫 수업은 기초반이라고 말했기 때문에 1레벨반에 들어갔다. 문제는 이탈리아어를 한번도 배워본 적 없는 사람들과 알파벳부터 시작한다는 건데 중간에 나가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1차시가 다 끝날 때 까지 기다렸다. 어학원 원장같은  Damiano에게 가서 이탈리아어로 말하며 레벨을 바꿔달라고 말했고 다른 반 선생님과 잠깐 대화를 하고나서 레벨3으로 갈 수 있게 되었다. 안시에서 처음 프랑스어 어학원에 갔던 것 보다 아주 조금 낮은 수준인데 그때는 이미 문법을 다 배우고 수업에 간 상태라서 큰 도움을 받지 못하는 느낌이었는데 이번엔 반복적으로 동사변형을 쓰는 것과 내가 그렇게 싫어하던 모둠 대화 수업들이 대부분 너무 좋았다.

그도 그럴 것이 수업을 같이 듣는 학생들은 머리카락이 하얗거나 머리카락이 없거나 할 정도로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었다. 은퇴를 하고 온 것이었다. 오스트리아에서 온 니콜라라는 항상 웃음이 넘치는 아주머니는 기껏해야 60대 초반으로 보이는데 실제로는 68살이었다. 그보다 조금 젊은 축인 케빈은 미국인인데 네덜란드에 살며 이미 네덜란드어와 독일어를 할 줄 알았다. 우주공학과 교수였는데 공대생에 언어에 관심이 있는 것도 흥미로운 점이었다. 학생들과 어울리는 것이 익숙한 그는 오후의 문화수업에서 은퇴한 세대들과 어울리기 보다는 젊은 친구들과 대화하기를 좋아했다. 내 옆자리에 앉아있던 알랑을 비롯해서 프랑스사람들도 조금 있었지만 독일 사람들이 특히 많았다. 알랑은 르몽드에서 일했던 기자인데 파리에서 수업을 듣다가 베니스로 왔다고 했다. 수업중에 과제를 교환할 일이 있으면 불어로 그와 이야기 하기도 했다. 스위스에서 온 신사 두명은 항상 노트에 포스트잇과 형광펜으로 차곡차곡 정리해 두었고 내 나이의 2배는 될 것 같은 분들이 이렇게 몰두해서 배우는 태도를 보는 것 자체가 인상 깊었다. 나는 오후엔 베니스를 구석구석 돌아다녀야하기 때문에 짐을 줄이려고 프린트물 뒷장에 필기를 해놓았는데 그들은 이탈리아어 사전을 매일 들고 왔다. 틀리게 쓴 것이 있으면 화이트로 항상 지우고 그 위에 덮어 쓰던 그의 손짓도 기억될 것 같다.         

Friulaine을 파는 매장에서 컬러를 톤온톤과 대비되는 컬러로 고민하고 있던 여자에게 톤온톤으로 된 모델로 사라고 추천을 했었는데 알고보니 어학원의 문화체험에서 다시 만나게 된 안드레아였다. 나이대도 나랑 비슷했고 눈빛이 총명한 금발의 독일애였다. 그녀는 제약산업에 종사한다고 했다. 그 눈빛에 매력을 느낀 나는 그녀와 조금 더 친해지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그럴 기회가 별로 없었다. 그녀의 주변엔 독일인들이 많아서 독일어로 대화가 주로 흘러가거나, 다들 그래도 이탈리아어로 말하고 싶으니 이탈리아어도 조금 썼다가, 아예 못알아듣는 레벨의 사람들을 배제하지 않기 위해서 영어가 섞이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결국 어학원 무리에서는 항상 빠져나와 혼자 다니곤 했는데 그러다가 만난 이탈리아사람들과 끝없이 대화가 이어지곤 했다. 무엇보다도 동양인이 이탈리아어를 하는 일이 굉장히 드물기도 하고, 밀라노도 아닌 관광지일 뿐인 베니스에서는 더 그런 것도 같다. 이탈리아어로 대답만 했다하면 나에게 질문을 쏟아냈다.

드리스 반 노튼의 뮤지엄에 가려고 하던 길에 우연히 들어가게 된 조그마한 극장 박물관인 Carlo Gondoli에서는 지금까지 본 인형극의 마리오네뜨 전시중에 손 꼽는 아주 아름다운 곳이었다. 규모가 무척 작고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작품 설명은 영어가 아닌 오로지 이탈리아어로만  쓰여있는 그런 숨겨진 보석 같은 곳. 프랑스에서 볼 수 있는 오페라적인 요소들이 아닌 꿈 속의 작품들 같은 분위기가 느껴졌다. 사람이 입는 옷은 볼륨이 커지게 되면 지탱할 수 있는 무게와 거리가 한계가 있는데 인형은 그런 중력의 제한이 없다보니 자켓의 끝자락이 자유자재로 끌어올려지기도 하고, 비율적으로 칼라와 소매를 훨씬 크게 달거나 단추도 커다랗게 만들거나 하는 어떤 고전적인 비율이 아니라서 급격하게 귀여워지는 무언가가 있기도 했다. 이 인형의 방에서 감명을 한참 받다가 중국 여자와 노골적으로 사귀고 싶다던 민망스러운 관장님과 대화를 조금 하기도 했고, 무라노의 조명을 구경하다가 말을 섞은 어떤 직원은 신나서 모든 작품들을 다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무라노 유리로 만든 화려한 조명은 투명하지만 불투명한 특유의 질감이 있었다. 이후에 palazzo나 conservatorio같은 공간들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조명이었다. 보통 끄트머리에 꽃잎을 만들어 파스텔톤의 분홍색과 파란색, 노란색을 섞기도 했다. 드리스 반 노튼의 뮤지엄에서는 투명한 조명 줄기들을 추상적으로 꼬아서 부케처럼 만들어 놓았는데 단순하지만 극적으로 현대적인 형태로 바꾸어 놓았다. 

사람들이 입는 의상에는 진짜 금으로 된 실을 잘 쓰지 않는다고 했다. 쉽게 끊어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대신에 인형옷에는 쓰였다고 한다. 

 

 

 

 

 

 

 

베네치아 건축특징이 드러난 Palazzo건물. 복도가 쭉 이어진 형태와 꽃잎모양의 문.

 

 

 

 

 

 

 

Spritz와 cicchetti
숙소로 돌아가는 길 Conad 마트 앞 풍경.

 

 

 

 

 

 

기숙사에서 보이는 학교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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