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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logna

가져온 카메라/Europe

by Simon_ 2025. 1. 4.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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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크리스마스 다음날, 안시에서 친구네차를 타고 밀라노에 도착해서 별다른 계획이 없다가 볼로냐로 여행을 떠났다. 휴가를 맞이하기 전의 퇴근길에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느라 정신이 없었는데다가 기차를 타러 가기 전까지도 조금 처져있었다. 시간이 부족했던 것도 아닌데 어느 일에도 집중을 하기가 어려웠다. 어디다 정신을 팔고 있었는지 5월의 밀라노 여행엔 체류증도 없이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여권만 가지고 호기롭게 여행했다면 이번엔 까맣게 잊어버리고 여권없이 체류증만 달랑 지갑에 넣어 국경을 건너왔다. 이번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유럽 내에서 나는 항공사들은 비행기에 탑승하기 전에 논유러피안 시민들을 나눠서 여권 검사를 했다. 내 체류증을 보여주니 여권을 요구하기는 했지만 프랑스 체류증이니 그냥 통과하도록 특별히 허락해줬다. 오래전에 일본에서 여권을 잃어버리고 비행기를 타기 위해서 임시여권을 발급 받은 것처럼 이번에도 대사관에 가야하나 잠깐은 고민하기도 했는데 번거롭기도 하고 집에있는 여권마저도 못쓰게 될까봐 그저 공항에서 해결되기를 기다렸다. 이런 대책없는 뻔뻔함만 늘었다. 하지만 다음번에 외국에 나갈 땐 반드시 여권은 챙겨가야지.(정신머리가 있으면)

들뜬 연말의 분위기도 지나가고 달력의 숫자가 익숙하지 않은 2025로 바뀌고 볼로냐와 피렌체를 혼자 다녀오면서 하루종일 걷고 또 걸으며 마음도 조금 차분해졌다. 앞으로도 주기적으로 혼자 여행을 하면서 쉴새없이 걷는, 고상하고도 고요한 그런 수련이 필요한 것 같다. 파리는 겨울에 8시 30분 쯤에 해가 뜨고 저녁엔 퇴근할 즈음인 5시 30분에 해가 지는데 이탈리아는 여기보다 한시간 일찍 해가 뜨고 졌다. 운이 좋았는지 여행하는 동안엔 항상 맑은 날씨였다.

밀라노는 지난번에 못가본 Pinacoteca di Brera에서 그림들을 보고 가장 마음에 들었던 Saint Marc 아래에서는 한동안 앉아있었다. 여러번 본 나폴레옹의 대관식같은 그림보다 더 큰 작품이다. 26미터제곱이라고 하는데 원룸 스튜디오 크기만한 크기다. 은은한 빛을 발하는 액자 속에는 익숙한 동양과 익숙한 서양이 아닌 다른 곳의 이국적인 색과 선들이 아름다웠다. Brera-Hightech-Corsocomo 동선이 맞아서 이번에도 이렇게 들렸고 지난번에 써보고 좋았던 acca Kappa의 칫솔도 다시 구매했다. 꼬르소꼬모에서는 피비파일로의 제품들을 볼 수 있었고 촤르르 떨어지는 원단이나 익숙하지 않아서 언발란스하지만 눈에 거슬리지 않을 정도인 소매 커프스의 스티치비율 같은 것들이 기억에 남는다. 판타지라고 하기엔 심플하지만 선이 아름다운 쥬얼리 제품들도 구경했다.       

 

 

"바라보다 보면 그림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달라지곤 했다. 나는 그림이 시간을 요구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지금은 다른 그림으로 옮겨 가기까지 서너 달은 기본이고 일 년이 걸리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그동안 그 그림은 내 삶의 물리적인 거처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거처가 된다." 히샴 마타르- 시에나에서의 한 달  

https://fr.m.wikipedia.org/wiki/Saint_Marc_pr%C3%AAchant_%C3%A0_Alexandrie

 

Saint Marc prêchant à Alexandrie — Wikipédia

Saint Marc prêchant à Alexandrie peinture de Gentile et Giovanni Bellini

fr.m.wikipedia.org

 

 

 

볼로냐의 Porticos

2.

볼로냐에 도착해서 기차에서 내리자마자 내 카메라를 가져오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짐을 가볍게 다니고 싶기는 하지만 아름다운 장면들을 많이 봐서 진짜 카메라가 있었으면 훨씬 행복했을 여행이다.   

볼로냐의 건축을 보면 가장 눈에 띄는 아케이드. 시내 중심에만 38km의 아케이드가 있다. 웬만한 건물들이 아케이드가 있는 것이다. 나중에 찾아보니 도시의 급성장으로 길을 내기위해서 이미 있던 기존의 건물들에 길을 뚫은 것들이라고 한다. 시원한 겨울하늘과 따스한 햇살이 건물에 비춰서 생긴 그림자, 은은하게 빛이 바랜 벽돌색 건물들, 이탈리아의 노란빛이 볼로냐를 기억하게 한다.   

Theatro Arena del Sole, 극장건물의 옥상에는 악기를 연주하는 천사와 가면을 무릎에 올려놓은 천사동상이 멋지게 자리잡고 있다.

 

 


3.

Vintage 55를 판매하던 편집숍인데 옷보다 건물이 너무 근사한 곳. 기둥의 디테일이나 곳곳의 선들이 범상치 않아 찾아보니 60년대에 건축가가 지었다고 한다. TERZI커피. 어느 매거진에서 추천을 해놓은 것을 보고 가본 커피샵. 이탈리아에서 수 없이도 마신 카푸치노 중에서 유일하게 진짜 카푸치노를 마신 곳이다. 편하게 먹는 카페바나 타바코바 같은 곳에서도 항상 카푸치노를 마셨고, 아침에는 대부분 카푸치노와 함께 피스타치오 크로와상을 먹었지만 그런 카푸치노는 우유 대신에 물거품을 넣은 것 같은 아주아주 연한 카푸치노였다.   

https://www.marieclaire.it/casa/case-arredamento/a35030642/bologna-restauro-negozio-gavina/

 

A Bologna rinasce l’ex negozio Gavina

Firmato negli anni Sessanta dall’architetto Carlo Scarpa, il luogo torna a vivere dopo un restauro filologico.

www.marieclaire.it

 

 

 

 

좁은 아케이드에 이어지는 폭이 넓고 낮은 아케이드
아름답고 작은 광장에 자리잡은 곳, Basilica Santuario Santo Stefano. 소박한 모자이크장식이 눈에 띈다.

 

3.

그 아름답고 작은 광장 piazza santo stefano에서 보이는 건물. 아치는 저렇게 잡아놓고 작은 창문을 아무데나 뚫어놓은게 신기했다. 높이만 맞췄고 가로 여백도 안맞고. 궁금해서 찾아보았지만 이유는 알 수 없고 19세기의 오래된 사진에도 여전히 저렇게 생겼다는 것만 볼 수 있다.  

Vintage 19th century photograph: Piazza Santo Stefano also known as Piazza delle Sette Chiese is a piazza of Bologna, Italy

 

 

 


Basilica San Petron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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