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甛蜜蜜/꿈에 카메라를 가져올걸

by Simon_ 2024. 8. 2.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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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달 만에 쓰는 일기장이다. 지금까지 블로그에 사진을 정리해오면서 생긴 공백 중에서 가장 길지 않았나 싶다. 한국어로 된 책을 제대로 읽은 시간들도 부족했고, 그 결과로 나의 생각이 언어화되서 정돈되는 과정, 사유의 시간들이 부재했다. 가끔씩 아이폰 노트에 적어두던 짧은 단상들, 어떤 생각들이 떠오른 풍경들도 공백이다. 빼곡히 채워서 기록한 시간들인 2년, 3년 전의 글들을 읽어보면 애틋한 마음과 함께 더 앞으로 나아갈 힘이 난다. 어떤 때의 절박했던 나자신보다 더 성장하고 금전적으로든지 커리어적으로든지 더 감사한 환경에 놓아진 지금에 감사하는 태도가 생기고, 현재의 걱정도 나중엔 그 자체로 위로가 될테니까. 

7, 8월엔 회사에서 분위기도 뒤숭숭했고, 많은 동료들이 떠나기도 했고, 나 역시도 조만간 퇴사를 앞두고 있다. 작년보다는 확실히 마음이 아주 조금은 덜 불안하다고 해야하나 아니면 여전히 변함없는 것일까. 나에게 무언가를 기다리는 일은 얼마나 어른이 더 되야 덜 어려운 일이 될까. 

내일은 휴가를 앞 둔 마지막 출근날이다. 안시에 잠깐 내려갔다오는 것 말고는 파리에서 지낼 것이지만 집에 남아있는 공사도 진행하고 각종 은행 헝데부를 다니다보면 휴가도 금방 지나갈 것 같다. 얼마 전에 다녀온 밀라노여행 덕분에 다른 도시로 떠나지 않아도 아쉬움은 없을 것 같다. 물론 아주 최근에까지도 뉴욕행 티켓을 재차 확인했긴 하지만..

딴생각이 자꾸 나서 읽지 못했던 책들도 마음껏 읽고, 퇴근시간에 맞춰서 영화스케줄을 알아보다가 퇴근이 늦어져 포기해버린 회차들도 보러가고. 근처에 있는 수영장도 가고. 요리를 해서 친구들도 집에 초대하고.   

 

          

밀라노에서 사온 식료품들
결이의 완벽한 감자탕/ 출근길 지하철 1호선에서 내리면 카페까지 걸어가는 길에 가끔씩 창가에 보이는 아침잠이 많은 고양이.

 

 

최근에 본 가장 감동적이었던 영화 메모리. 큰 기대없이 VO 잡지의 겉표지에 나온 추천작이라서 봤는데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주는 서사가 아름답고 감동적이었다. 영화감독에 대한 정보가 많이 없어서 몇몇 팟캐스트를 들었는데 효율적으로 주인공들의 정보를 카메라에 담는다는 찬사가 있었고 정확히 그렇기도 했다. 주인공과 언니의 빈부격차를 보여주기도 했고, 주인공이 문을 강박적으로 잠그는 모습을 여러번 보여주면서 어떤 트라우마를 진하게 그리기도 했다.
퐁텐블로에서 본 근사한 캠핑카. 저런 빈티지한 캠핑카라면 나도 하나 갖고싶어졌다.
생일날 즈음 파리에 와있던 다니엘이 시장에서 사준 피보완. 여름을 상징하는 옥수수와 수박
지윤이와 주말의 보르도. 파리에서는 볼 수 없는 싱싱한 체리를 잔뜩 사먹었다. 돌아오는 기차안에서도 체리를 먹었다.


 


8구에서 제일 좋아하는 건물. 아르데코의 아름다운 난간에서부터 외벽 자체가 조각품같다. 꽃이 만발해서 촤르르 흘러내리니 실제 꽃과 조각과 연결되는 모습이다.
점심시간의 산책길에 항상 지나쳐가는, 기다란 돌 장승이 서있는 모습이 귀여운 부키나파소 대사관/ 네덜란드에서 놀러온 펠리페

 

어느주말 마리옹과 늦은 오후에 만나서 시원한 아이스티를 마시던 테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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