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달 만에 쓰는 일기장이다. 지금까지 블로그에 사진을 정리해오면서 생긴 공백 중에서 가장 길지 않았나 싶다. 한국어로 된 책을 제대로 읽은 시간들도 부족했고, 그 결과로 나의 생각이 언어화되서 정돈되는 과정, 사유의 시간들이 부재했다. 가끔씩 아이폰 노트에 적어두던 짧은 단상들, 어떤 생각들이 떠오른 풍경들도 공백이다. 빼곡히 채워서 기록한 시간들인 2년, 3년 전의 글들을 읽어보면 애틋한 마음과 함께 더 앞으로 나아갈 힘이 난다. 어떤 때의 절박했던 나자신보다 더 성장하고 금전적으로든지 커리어적으로든지 더 감사한 환경에 놓아진 지금에 감사하는 태도가 생기고, 현재의 걱정도 나중엔 그 자체로 위로가 될테니까.
7, 8월엔 회사에서 분위기도 뒤숭숭했고, 많은 동료들이 떠나기도 했고, 나 역시도 조만간 퇴사를 앞두고 있다. 작년보다는 확실히 마음이 아주 조금은 덜 불안하다고 해야하나 아니면 여전히 변함없는 것일까. 나에게 무언가를 기다리는 일은 얼마나 어른이 더 되야 덜 어려운 일이 될까.
내일은 휴가를 앞 둔 마지막 출근날이다. 안시에 잠깐 내려갔다오는 것 말고는 파리에서 지낼 것이지만 집에 남아있는 공사도 진행하고 각종 은행 헝데부를 다니다보면 휴가도 금방 지나갈 것 같다. 얼마 전에 다녀온 밀라노여행 덕분에 다른 도시로 떠나지 않아도 아쉬움은 없을 것 같다. 물론 아주 최근에까지도 뉴욕행 티켓을 재차 확인했긴 하지만..
딴생각이 자꾸 나서 읽지 못했던 책들도 마음껏 읽고, 퇴근시간에 맞춰서 영화스케줄을 알아보다가 퇴근이 늦어져 포기해버린 회차들도 보러가고. 근처에 있는 수영장도 가고. 요리를 해서 친구들도 집에 초대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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