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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_ 앤드루 포터

甛蜜蜜/영혼의 방부제◆

by Simon_ 2022. 1. 11.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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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_ 앤드루 포터

 

나이가 들수록, 경험하고 하루이틀 지난 일보다 수년 전에 있었던 일을 더 생생하게 기억하게 된다고 한다. 그 말은 사실인 것 같다. 나는 이 글을 쓰기 시작한 정확한 순간을 더이상 기억할 수 없다. 그러나 잔디 쓰레기봉지를 놓치던 순간의 탈의 표정은 여전히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p.12

 

그녀는 나를 쳐다보더니 고개를 젓는다. “나는 내가 똑똑하다고 생각했어. 특출하지는 않지만 똑똑하다고.”

“나도 내가 바보가 아니라는 건 알아. 하지만 가끔 내 정신이, 뭐랄까, 물러진 기분이 들어.”

“물러진 기분?”

“날카로움을 잃어버린 것 같아.” p.71

 

곧이어 여름이면 우리는 결혼을 하게 될 터였다. 몇 주가 흘러가자 내 삶이 변하고 있다는 사실이 서서히 명백해졌다. 이때부터 나는, 내가 아마도 다시는 돈에 대해, 적어도 장기적으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콜린은 총명했고 야심찼으며, 나는 그가 훌륭한 의사가 될 것을 알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내게는, 무슨 일이든지 내가 선택한 일을 할 수 있는 자유 시간이 생길 것이었다. 일을 해도 됐고 하지 않아도 됐다. 분자물리학 관련 서적을 잃고 아무도 알지 못할 이론들을 만들면서 나의 나날들을 보낼 수도 있었다. 나는, 그때에도, 콜린이 내게 거의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았고, 그래서, 그러다보니, 나도 나 자신에 대해 거의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게 되었다. p.118

 

“결혼할 거예요.”

그는 고개를 끄덕였고 이번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그가 질투의 감정을 내비쳐주길 바랐다. 이제는 그가 질투를 했었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그는 내가 하는 말의 현실을 모른 체 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저 믿지 않으려는 것인지, “내일 밤 시간 있나요?”하고 물었다.

“로버트 제발요, 제 말을 듣고 있지 않잖아요.”

“나는 당신 말을 듣고 있어요. 그리고 지금 당신에게 내일 밤 시간이 있냐고 묻고 있지요.”

나는 그제야, 우리 사이에 지금껏 말을 넘어선 교감이 존재했으며, 앞으로도 영원히 존재하리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그때 나는 그가 너무나 쉽게 나를 이해해버리는 것 같아 화가 났었지만, 그가 훗날 내게 그랬다. 만약 내가 정말로 모든 일을 끝내고 싶었다면 자기에게 전화를 하거나 편지를 썼을 것이라고, 자신의 아파트로 직접 찾아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그러나 그날 밤 그의 아파트 밖 거리에 서 있을 때 나는 내가 그와의 모든 것을 끝내고 싶어한다고 믿었다. 그렇게 믿은 것은 그래야 옳기 때문만이 아니라 그것이 진정 내가 원하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가 내게 그런 물음을 던지고 나를 바라봤을 때 내가 대답하지 않은 것은 고집이나 고의적인 거부가 아니었다. 그가 그 순간, 내가 나 자신을 이해하는 것보다 나를 더 잘 이해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p.120

 

가끔씩 나는 내가 린 같았으면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남편이 바람을 피웠을 때 그녀는 복수나 보복을 하려 들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일상을 이어나갔고, 그러다, 수차례의 카운슬링과 대화 끝에 그에게 이혼을 요구했다. 깨져버렸던 거야, 그녀는 내게 말했다. 이미 깨져버린 걸 어떻게 도로 붙이겠어. 그러나 그녀에게 왜 화를 내지 않았냐고 물었을 때 그녀는 그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결혼을 깨는 것은 두 사람이야, 허니. 나는 그 두 사람 중 하나였고.” p.208

 

 

“당신이 지금보다 열 살 더 많든가 내가 지금보다 열살만 더 어렸으면 좋았을걸. 그럼 우린 결혼 할 수 있었을 텐데.”

나는 미소를 짓는다. “그랬어도 그러지 않았을 거예요.”

“당신이 어떻게 알아?”

“정말 원한다면 내가 열 살 어린 건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을 테니까요.”

 

우리는 길가에 차를 세울 수도 있을 것이고 그러면 그녀는 내게 키스를 할 것이다. 나는 이 모든 것을 느끼지만, 왠지 그래선 안 될 것만 같고, 나는 다만 그 모든 것이 술 때문임을, 린에게 찾아든 갑작스러운 외로움 때문임을, 혼자 빈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그녀의 두려움 때문임을 안다. p.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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