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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lano 3

가져온 카메라/Europe

by Simon_ 2024. 5. 20. 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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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탈리아 할아버지들과 함께 테라스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 숙소 근처의 카페가 있었다. 카푸치노가 1.5유로밖에 안했고, 제노바역에서 2호선을 타고 갈 일이 있으면 꼭 여기서 커피를 한 잔 했다. 커피전문점의 카푸치노처럼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나지는 않지만 양이 적고(마시고 나면 거품이 반인 것 같다), 연했다. 바로 옆골목은 나빌리오 운하인데 동네사람들보다 관광객이 훨씬 많은 곳이었다. 노천카페엔 영어와 불어가 더 많이 들렸다. 동네사람들이 모이는 테라스에 앉아있다보면 누군가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걸 불러서 커피를 마시자고 하는데, 그러면 낡은 자전거는 잠금장치도 없이 도로변에 아무렇게나 세워졌다. 

 

2.

비가 내리는 , Théâtre박물관에 갔다. -Teatro alla Scala. 안그래도 이탈리아식 극장이 궁금하기는 했는데, 그렇다고 알아들을 수도 없는 이태리어로 연극을  수는 없는 일이니까 아쉬워하던 와중에 구글맵으로 여기저기 둘러보다가 Théâtre 박물관을 발견했다. Lodge 형태로 지어진 극장의 시작이면서  당시에 유럽 전역에 유행으로 번졌다고 한다. Lodge 개인이 소유할  있어서 사교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는데 스탕달이 여기에  Lodge  칸이 파리에 아파트 한채의 가격과 맞먹는다고 했다. 지금은 파리의 다른 극장들처럼 붉은색으로 통일된 컬러이지만 그때만 해도 소유한 Lodge 마음껏 제각각 꾸밀  있었다고 한다. 공연장 밖에서 곡선을 따라 문이 연달아 있는 것도 파리의 Théâtre Antoine 닮았다. 공연의 2부가 시작되기 전에 잠깐   마실  있는 바도 마련되어 있었다. 지금은 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어서 각종 전시물과 소개영상이 나오는 곳이다.

이름도  어울리는 il foyer라는 카페가 박물관을 나오면 바로 옆에 있었다. 극장의 붉은색으로 커튼과 소파가 꾸며져 있었다. 천장이 아주 높아서 몇평 안되는 공간인데도 아주 확장된 느낌이 들었다. 중문에 달린 커튼이 하늘로 끝없이 올라가는  했다. 전부 리모델링을 모던하고 깔끔하게 해둔 상태인데 커다란 녹슨 거울을 걸어둔 것이 인상적이었다. 색이 바래고 산화되어 나름의 무늬를 이루는 오래된 거울이 전체적인 공간의 분위기를 자유롭고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선명한 화질로 얼굴이   보여도 아무렴  


3.

뉴욕의 다이너처럼 이태리에서도 트라토리아나 바에서는 음식과 커피를 주문하고 식사를 마치면 돈통을 지키는 카운터에 가서 계산을 했다. 주문서가 등록되는 경우도 있지만 아니면 종업원이 적어서 키친에 한장 보내고, 나에게 한장 남긴 종이를 들고 카운터에 갔다. 그것도 아닌 경우엔 내가  먹었다고 말로 읊는 식이었다. 처음엔 커피를 받아서 테이블로 가져가면서 계산을 하려니까 알아듣지 못하는 이태리어로 설명을 했는데 그게  마시고 나중에 계산하라는 뜻임을 단번에 이해했다. 전세계적으로 어쨌든 사장이거나 안주인인 사람이 카운터 자리를 맡는 것이겠지? 크로와상과   빵들은 이태리어로는 브리오슈라고 불렀는데 프랑스어로 브리오슈라고 부르는 노랗게 생긴 빵들과 비슷했다. 가구를  넣은  인테리어 중에 마음에 드는 곳도  군데 있었는데 커피콩 포장지를 반듯하게 접어서 설탕을 넣어둔 곳이나 커피머신이 바를 등지고 있는 곳이아니라 창가에 사이드로 놓인 형태가 조금은 특이하고 재치있는 곳이었다.   


 

4.

비를  맞았더니 감기기운이 있어서 돌리프란과 비슷한, 파라세타몰이 들어간 약을 구글로 찾았다. 집에서 잠깐 쉬다가 잠도 오지 않고 배가 살짝 고팠는데 내려가서 맥도날드나 먹고싶지는 않고 배달음식도 끌리진 않았다. 3 트램을 타고 두정거장만 가면 나오는 1시까지 영업을 하는 유명한 트라토리아에서 저녁을 먹기로 한다. 저녁이라고 했지만 그때가  11시였다. 메뉴판은 따로 없고 A3메모지에 동그란 글씨체로 적어놓은 음식들이 전부였다. 나에게  종이를 가져오더니 어떤건 없다며 빗금을 쳤다. 손으로  글씨는 사진으로 번역기가 되지도 않았고 대충 아는 단어들을 끼워맞춰 넣고 느낌으로 시켜보는걸로 했다. 직원이 메뉴를 영어로 설명해 주는듯 하다가 시작부터 This is meet.. This is .. i don’t know.. 흘러가버렸다. 그래도 친절하니까 아무런 문제는 되지 않았다. 메뉴에서 와인을 잔으로   못찾아서 맥주를 시킬  하다가 한잔으로도 시킬  있다고 알려줬다. 맥주처럼 생맥주 탭에서 와인을 뽑는  처음봤다. 내가 아는 에스꺌롭 밀라네즈를 기대하고 시켰는데 튀김옷이 없는 소스에 고기가 나왔다. 그래도 밀라노에서 떠나기전에 y 함께 피스타치오와 오렌지 껍질이 흩뿌려진 근사한 밀라네즈를 먹었다. 다음에 나도 피스타치오를 음식 위에 올려봐야지.



5.

다빈치박물관과 두오모 옆에 붙어있는, 뉴욕의 모마와 비슷한 느낌을 풍기는 현대미술관도 리스트에 있었지만 다빈치 미술관은 관광객이 입구에서부터 넘치다 못해 삐져나오는 느낌이라 도저히  엄두를 내지 못했고, 현대미술관은 모마의 발뒤꿈치도 못따라갈  같고 파리에도 그런 작품들은 여기저기 널렸으니 패스하기로 한다. 그리하여 선택한 곳은 갤러리 이탈리아. 방들이 미로처럼 연결된 전시실에 이름도 들어본  없는 이탈리아 작가들의 그림이 걸려있다. 이탈리아 시골의 자연풍경이나 생활상들을 그린 통속화들이 마음을 따뜻하게 했다. 게다가  전시실을 걸쳐서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견학을  학생들이 그림을 찾아라 같은 미션 책자를 들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외에는. 어떤 여학생 두 명은 그냥 미술관의 경비아저씨에게 그림이 어디있는지 물어보는 상황도 봤다. 아저씨는 친절하게 학생들을 데리고 그림이 있는 곳으로 가는데.. 나라도 아마 그렇게 물어봤을지도 모른다. 갤러리의 내부는 화려하지만 오래된 궁정이라서 색이 바랬지만 여전히 벽난로나 천장장식은 예전의 모습을 갖추고 있었고, 관광객들이나 경비원들이 앉는 의자는 아주 모던하고 심플한 것으로 교체해 두었는데 은근히 잘 어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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