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甛蜜蜜/꿈에 카메라를 가져올걸

by Simon_ 2024. 10. 14.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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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즘은 출근을 안하지만 그래도 규칙적인 생활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라서 얼마만에 꾸준히 지키는 생활리듬이 생겼다. 아침엔 생기를 북돋기도 하고, 덜 자발적 활동이기도 하기 때문에 이탈리아어 인강을 듣는다. 이탈리아어는 불어에서 전환시키기가 훨씬 수월해서 얼마전부터 교재를 본격적으로 찾아보고 있었다. 처음엔 집 앞에 있는 도서관에서 책을 펼쳐봤지만 도저히 효율성이 떨어져서 곧바로 책을 덮게 되었고, 몇 년만에 들어가보는 추억의 시원스쿨에서 맛보기 강의를 듣고 그 자리에서 바로 수강권 결제를 하게 된다. 그리하여 도서관에서 강의를 먼저 몇 개 듣는 것으로 시작하여 거의 매일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J'ai faim과 완벽하게 동일한 형태의 Io ho fame이며 pouvoir/devoir/vouloir 조동사 그룹인 potere/dovere/volere를 봤을 땐 거의 환호에 가까웠다. 이탈리아 동사변형에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너무 재미있다. 겨우 얼마나 배웠다고 이탈리아 식료품점을 지나칠때면 내가 알아보는게 있는지 더 살펴보게 된다. 듀오링고는 이탈리아어-불어로 이미 설정이 되어있어서 배운 것들 복습하거나 다양한 단어들을 새로 배울때 지하철에서 유용하게 쓴다. 중간에 긴 문장을 녹음을 해야하는 상황이 와도 굴하지 않고 발음을 해본다. 어차피 주변에는 프랑스인들 뿐이니까 우하하. 그토록 배우고 싶었던 이탈리아어인데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되어서 좋다. 불어를 어느정도 끌어올리기 전까지는 한 눈을 팔 수 없다고 생각했었다. 불어도 여전히 배움은 지속되고 있지만 전혀 다른 수준의 배움이기도 하고. 영어를 쓰다가 불어를 시작할 때가 이 정도이지 않았을까. 

점심을 먹고 나서는 여유시간에 따라서 패턴 작업을 한 두시간정도 한다. 약속이 있어서 나가야 하더라도 미련은 갖지 않는다. 다른날에 하면 되니까. 회사 다닐땐 집에서는 거의 펼친 적이 없는 다이어리도 열어서 만날 사람, 할일들을 적어보기도 하고.

2.

매주 토요일에는 주얼리 수업을 받으러 간다. 선생님인 레일라와 학급짝꿍이 된 악셀도 내 나이 또래였다. 열정적이고 유연하게 수업을 해서 아주 마음에 드는 선생님이다. 나처럼 취미로 수업에 온 신경외과 의사아저씨도 있는데 나는 어느정도 같은 맥락이지만 의사와 주얼리는 직업의 결이 너무도 달랐다. 하지만 그는 이미 어느정도 배운적이 있어서 나와 악셀과는 따로 수업이 진행되었다. 가장 놀랐던 점은 그의 태도다. 이런 사람 정말 오랜만에 본다. 라는 인상을 받을 만큼 목소리에 배려가 담겨있고 긍정적이었다. 레일라가 수업에 관해서 여러가지 제안을 했을 때 '그건 한번도 해본 적이 없고 너무 재미있을 것 같다, 어렵겠지만 좋다, 배우고 싶다'류의 답변이었는데 온화하지만 열정이 있는.

몇 십년, 백년을 겪었는지 도저히 가늠도 안되는 오래된 나무 작업대 주변으로 커브를 내고 Cheville라고 부르는 각진 나무조각이 튀어 나와있다. 작업대에는 큰 구멍도 여기저기 나있는데 가끔은 그런 곳들은 막대기 같은 것을 누르기 위한 역할을 할 때도 있다. 금속을 변형시키는 작업들이 가능하기 때문에 철을 자유자재로 휘어서 전기선을 정리해 둔 것이나 가스가 나오는 토치를 걸어놓는 받침대 마저도 대충 금속을 구부려서 꽂아놓은 것이었다. 봉제하는 아뜰리에에 가면 원단을 길게 찢어서 아무데나 묶어놓는 것처럼 여기도 그렇게 굴러다니고 남는 것이 금속이 아닌가 싶다. 주얼리공예에서 쓰이는 전문용어가 굉장히 많은데 cheville처럼 이미 아는 단어인데 공방에서만 다른 용도로 쓰이는 단어도 있고, 난생 처음 들어보는 단어들도 있다. 아직은 생소하지만 곧 적응이 될 것 같다. 쥬얼리에 광낼때 사용하는 기계가 있는데 겨우 그 기계를 몇 번 사용해 봤다고, 길가다 구두 수선집에서 들리는 구두광내는 기계도 동일한 소리를 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묵직한 브러쉬.

 

                   

 

        

 

 

3.

올림픽이 끝나고 다시 개장을 한 쥬드뽐에서의 전시. 평일인데도 사람이 굉장히 많았다. 아쉽게도 두 전시 모두 그닥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지루한 감이 있는 부르주아적인 사진들. 카페에서 커피와 함께 곁들어 먹었던 녹차쿠키가 더 기억에 남네.   

 


 

로렁네 집에서

 

 


 


새로 개시한 부츠

 

3.

5구에서 볼 일이 있으면 들리는 카페. 아주 나중에 아멜리 영화를 다시 보다가 알게 된 사실인데 아멜리가 어린시절의 추억이 담긴 상자를 찾아 도미니끄에게 전해줬을 때, 그 상자를 들고 감정이 북받친 상태로 들어간 카페가 바로 이 곳이었다. 몽마르트에서는 좀 멀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관광지로 유명해진 몽마르트에 있는 아멜리의 카페에 비해서 여기는 아무도 영화에 나왔는지 조차 모르는 곳이다.      

4.

일요일 아침 일찍, l'épée에서 상영해서 본 영화 Ragtime.

Riverboom. 붐이라는 강이 나올 때에는 제목도 참 잘 지었다고 느꼈고, 다큐멘터리이지만 재미있게 몽타쥬 한 것도 재밌다. 영상 속에는 사진도 수천장 나오는데 파올로가 찍은 전형적인 전쟁사진과 아메리칸 로컬 사진같은 컬러로된 클로드의 사진들의 대비도 인상깊었고, 파올로가 사진을 찍는 장면들을 클로드가 영상으로 찍은 것, 그리고 그 다음에 이어지는 파올로의 결과물의 이어짐도 좋았다.

L'Hitoire de Souleymane. 뒷부분으로 갈 수록 보기 힘들어지는 영화였지만, 그만큼 술레만의 삶에 출구는 없었고 절망적이라서 이기도 했다.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은 경시청에서 인터뷰를 보는 동일한 날로 잡혀있다. 술레만이 기네에서 프랑스에와서 우버잇츠 배달을 한다. 우버잇츠에 관련해서 노동법과 그 굴레같은 것들은 다큐멘터리에 이미 소개가 많이 되어있었다. 술레만은 그것보다 더 다른 차원의 늪이었다. 신분이 되지 않아서 다른 사람의 우버 계정을 임대료를 내고 사용하면서 자전거를 탄다. 배달을 수도없이 하고 주당 250유로를 벌어서 120유로를 우버임대료로 낸다고 한다. 그마저도 손님이 컴플레인을 하는 바람에 계정을 정지당해 밀린 임금도 받지 못하게 되는데.. 그의 자전거가 달리는 너무도 익숙한 풍경인 파리에서, 술레만이 자전거를 세워서 유일하게 하는 일이라곤 1유로 남짓한 커피를 사먹고 손을 녹이는 일이다. 체육관 같은 곳에 세워진 임시숙소는 간소한 2층 철제침대가 정렬되어 있는데 같은 시각의 아침에 모두의 알람이 한번에 울린다. 바로 그 시간에 다시 115번에 전화를 걸어서 그날 저녁의 숙소를 또 다시 예약해야 하는 시스템이었던 것이다. 재난상황처럼 느껴지는 장면이었다. 마지막 씬인 경시청에서 술레만이 말을 너무 더듬어서 집중하기는 조금 힘들었지만 그런 감정이 북받치는 모습을 너무 잘 연기한 것이기도다. 이 영화 비평이 전반적으로 좋은데 Abou sangare라는 술레만 배우에게 너무 잘 된 일이다.              


초등학교에 걸려있는 열쇠들

 


5.

한국에서 사온 블루발코니의 벽걸이. 한 개만 사오라는 피에르의 의견을 거부하고 굳이 세 개를 사와서 설득시키고 전부 벽에 붙이는데 성공. 나란히 있으니 훨씬 예쁘다.   

 

 

사이드 브로콜리를 세가지 식감으로 표현한 연어요리
폴카갤러리 뒷 골목길


루이지 기리의 전시


일몰이 몰아치는 빛

 

 


귀하게 볼 수 있는 정면 장식의 건물 형태들.
주얼리 아뜰리에

 

 

 

로렁과 나따와 맥주를 마신 바에서. 아름다운 손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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