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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lano 1

가져온 카메라/Europe

by Simon_ 2024. 5. 18.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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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밀라노여행의 시작부터 이탈리아다웠다. 버스가 40분 지연되었다는 메일을 받고나서 정류장 밖에 계단에 앉아서 베낭을 내려놓고 책을 펼쳤지만 불안한 마음에 휴대폰을 다시 확인하니 메시지와 새로운 메일로 지연됬다는 메시지를 무시하라는 내용을 받았다. 버스는 토리노와 밀라노 그다음엔 여러 도시를 지나서 피렌체까지 가는 버스였는데 정류장에 멈추거나 휴게소에 잠깐 정차할 때에는 이탈리아 아저씨인 버스기사님은 알아들을 수 없는 이태리어로 안내방송을 했다. 같이 타고있던 프랑스인들이 영어나 프랑스어로 해달라고 불만을 제기했지만 알아들은 체도 안하고 꿋꿋이 이태리어만 사용했다. 난 이탈리아의 그런게 좋았다. 내가 티켓과 신분증을 동시에 보여줄때에도 굳이 보여줄 필요도 없다며 오케이 표시의 손사레를 칠 때부터 마음에 들었다.

내가 느낀 밀라노는 파리의 10년, 20년 전처럼 더 아날로그적인 곳이었다. 시장에서 치즈를 사면서 시중에 보기 아주 드문 100유로짜리 지폐를 사용하는가 하면, 요즘엔 파리에서 전기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은데 여기는 현저히 진짜 자전거의 비율이 높았다. 여행으로 파리로 돌아가는 기차는 sncf의 지금까지 타본 기차 중에서 가장 알록달록한, 깔끔하게 낡은, 아주 오래된 기종이었다. 밀라노를 조금만 벗어났지만 끝없이 이어지는 드넓은 논밭을 가로질러서 선로 위를 달린다. 프랑스에서는 아직 논밭을 본 적이 없다.  오랜만에 논밭을 보니 아시아의 국가에 온 것 같은 기분도 났다. 다음에 파리에서 이탈리아 식료품점에서 쌀도 한봉지 사봐야겠다.   

 

2.

파리의 카페는 모두 바 테이블이 Zinc로 되어있으나 밀라노에서는 전혀 볼 수 없었다. 일반적으로는 대리석이 윗부분에 깔려있었는데 종종 나무색깔과 무늬가 화려하거나 반짝반짝 광도 나는 곳이면 어쩐지 찜질방의 분위기를 자아하기도 했다. 

 

 

이탈리아의 크로와상은 프랑스식 크로와상에 비해서 버터의 풍미가 훨씬 떨어졌다. 그래도 커스타드 크림이나 피스타치오 크림이 있어서 어찌저찌 먹을만 해지기는 하는데 기다란 설탕칩이 표면에 콕콕 박힌 형태는 투박하면서도 귀여웠다. 산펠리그리노의 온천에 들어가기 전에 동네 할아버지들과 섞여앉아 카푸치노를 마셨다. 직원에게 크림이 들어간 크로와상은 없냐고 물었더니, 다 떨어졌지만 기본 크로와상에 크림필링을 넣어주겠다고 했다. 피스타치오가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거고, ‘음~!’ 하는 맛이라며 손가락을 입술에 살짝 붙였다가 떼는 제스쳐를 했다. 

 

나빌리오 운하
S가 사선으로 완전 기울어진 밀라노 폰트 (내맘대로)

 

 

 

 

 

언제나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시장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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