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여행기들은 따로 올리기도 했지만 휴대폰의 사진들을 기록할겸 오랜만에 사진들을 추려봤다. 너무 분량이 많아서 조금 생략했다. 다음주부터 컬렉션 시즌으로 들어가서 오늘이 편안히 쉬는 마지막 주말이기도 하니까 약속도 안잡고 집에 있기로 한다. 어제는 잠깐 시내에 나간김에 시간이 맞아 영화제에서 한국영화를 볼 수 있었다. 매년 이맘 때쯤 하는 영화제인데 카푸신이 처음 데리고 가서 알게 되었다. L'ÉTRANGE FESTIVAL인데 비주류 장르 영화를 엄선에서 상영하는 영화제이다. 한국에도 비슷한 영화제가 있는 걸로 아는데 이름이 생각이 안나네. 작년에 비해서 한국영화가 굉장히 많았다. 어제는 하루에 두 편이나 한국영화가 있어서 고민에 빠졌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와 타켓. 둘 다 CGV에서 잘 팔릴 것 같은 부류의 영화였다. 타겟은 보고나오면 기분이 어두워 질 것 같아서 피했고, 언젠가 예고편을 어디서 본 적이 있는 콘크리트 유토피아로 결정했다. 상영관이 굉장히 컸고 관객들도 자리를 다 채우고 있었다. 나는 딱 시간에 맞춰서 들어갔기 때문에 사람들 사이에 남은 좌석 하나를 찾아 비집고 들어갔다. 영화 시작 전에 나오는 롯데엔터테이면트 광고만으로도 한국의 영화관으로 이동한 느낌이 들었다. 재난영화이지만 휴머니즘을 담으려고 했던 이 영화는 생각보다는 괜찮았지만 웹툰의 가벼운 느낌과 평면적인 주제가 아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서 한국 영화를 영화관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한국에 다녀온 것 같은 기분, 그 자체가 무척이나 좋았다. 중간에 이병헌배우가 마이크를 잡고 아파트 노래를 부르는데 이때의 감정 연기가 소름 돋을만큼 훌륭했다. 어떤 생각을 하는지 전혀 알 수 없는 그런 백만가지 표정이 눈빛에 담긴. 영화가 시작되기 전에 사회자는 프랑스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이병헌배우를 설명하면서 "그대들의 영화 취향이 구리다면 터미네이터에 나온 그를 봤을거다"라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영화의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면서 다시 아파트 노래가 나왔다. 많은 사람들이 박수를 쳤다. 프랑스인들만 가득했던 상영관에서 나 혼자 이 노래를 따라 부를 수 있다는 사실이 나를 특별하게 만들었다.
그 사회에 살고 있으면 영화에 무의식적으로 드러난 소품들이 더 잘 보이기도 하는데 박보영의 아파트 베란다에 무던히 놓여있던 쿠팡로켓프레시 박스도 그렇고. 얼마 전에 본 프랑스영화 Anti-Squat에서 영화속 배우들이 아침으로 시리얼을 먹을 때, 이마트의 노브랜드처럼 유럽의 저렴한 슈퍼마켓 체인인 리들의 자체제작 상품이 테이블에 올려져 있는 것을 보고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문맥상 그들의 얄팍한 지갑사정을 자연스럽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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