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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RCALOD

甛蜜蜜/꿈에 카메라를 가져올걸

by Simon_ 2023. 9. 17.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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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여행기들은 따로 올리기도 했지만 휴대폰의 사진들을 기록할겸 오랜만에 사진들을 추려봤다. 너무 분량이 많아서 조금 생략했다. 다음주부터 컬렉션 시즌으로 들어가서 오늘이 편안히 쉬는 마지막 주말이기도 하니까 약속도 안잡고 집에 있기로 한다. 어제는 잠깐 시내에 나간김에 시간이 맞아 영화제에서 한국영화를 볼 수 있었다. 매년 이맘 때쯤 하는 영화제인데 카푸신이 처음 데리고 가서 알게 되었다. L'ÉTRANGE FESTIVAL인데 비주류 장르 영화를 엄선에서 상영하는 영화제이다. 한국에도 비슷한 영화제가 있는 걸로 아는데 이름이 생각이 안나네. 작년에 비해서 한국영화가 굉장히 많았다. 어제는 하루에 두 편이나 한국영화가 있어서 고민에 빠졌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와 타켓. 둘 다 CGV에서 잘 팔릴 것 같은 부류의 영화였다. 타겟은 보고나오면 기분이 어두워 질 것 같아서 피했고, 언젠가 예고편을 어디서 본 적이 있는 콘크리트 유토피아로 결정했다. 상영관이 굉장히 컸고 관객들도 자리를 다 채우고 있었다. 나는 딱 시간에 맞춰서 들어갔기 때문에 사람들 사이에 남은 좌석 하나를 찾아 비집고 들어갔다. 영화 시작 전에 나오는 롯데엔터테이면트 광고만으로도 한국의 영화관으로 이동한 느낌이 들었다. 재난영화이지만 휴머니즘을 담으려고 했던 이 영화는 생각보다는 괜찮았지만 웹툰의 가벼운 느낌과 평면적인 주제가 아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서 한국 영화를 영화관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한국에 다녀온 것 같은 기분, 그 자체가 무척이나 좋았다. 중간에 이병헌배우가 마이크를 잡고 아파트 노래를 부르는데 이때의 감정 연기가 소름 돋을만큼 훌륭했다. 어떤 생각을 하는지 전혀 알 수 없는 그런 백만가지 표정이 눈빛에 담긴. 영화가 시작되기 전에 사회자는 프랑스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이병헌배우를 설명하면서 "그대들의 영화 취향이 구리다면 터미네이터에 나온 그를 봤을거다"라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영화의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면서 다시 아파트 노래가 나왔다. 많은 사람들이 박수를 쳤다. 프랑스인들만 가득했던 상영관에서 나 혼자 이 노래를 따라 부를 수 있다는 사실이 나를 특별하게 만들었다.

그 사회에 살고 있으면 영화에 무의식적으로 드러난 소품들이 더 잘 보이기도 하는데 박보영의 아파트 베란다에 무던히 놓여있던 쿠팡로켓프레시 박스도 그렇고. 얼마 전에 본 프랑스영화 Anti-Squat에서 영화속 배우들이 아침으로 시리얼을 먹을 때, 이마트의 노브랜드처럼 유럽의 저렴한 슈퍼마켓 체인인 리들의 자체제작 상품이 테이블에 올려져 있는 것을 보고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문맥상 그들의 얄팍한 지갑사정을 자연스럽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니까.  

 

 

메이드인 인디아, 네덜란드에서 사온 샌들. 생각보다 너무 조여서 쪼리처럼 걸쳐서 신고 다녔다. 

 

 

나의 드림카 랜드로버. 

 

 

타쿠야가 가져다준 아주키 일본식 단팥쨈에 한동안 빠졌어서 빈 유리병과 Haricots Rouges를 모모코에게 사진으로 보내고 레시피를 받았다. 팥이 다 익기 전까지는 절대 설탕을 넣으면 안된다는 등 세세하게 과정을 써서 보내줬다. 팥이 골고루 안익어서 조금 씹히는 부분이 남아있어서 다음번에 참고하기로 한다. 설탕을 일부러 덜 넣었는데 더 넣었어도 됬을 것이고, 시장에서 사온 고급 버터를 넣어서인지 맛이 좋았다. 한동안 매일 바게뜨빵에 발라먹었다.
요안과 플러르가 구매한 새로운 아파트에 갔었다. 한 시절에 유행하던 벽지, 나무마룻바닥 위에 풀질을 해서 덮어놓은 카페트. 건축업체에 맡겨서 지금은 탈바꿈 중이다. 카페트를 열어보니 우리집처럼 한 구석에 벽난로 자리에는 마룻바닥이 없어서 애매한 자리에 장식용 벽난로를 얹었다고 한다. 카푸신이 캐나다에 가기 전에 오데옹 근처에서 커피를 마시고 산책을 하던 날.    


이번 여름에 한창 읽었던 줌파라히리의 네임세이크.  
산드라네 3개월이 된 아기. 산드라네 집에 있는 동안 쥴리아만 계속 쳐다보고 있어도 시간이 잘 갔다. 흘러가는 시간 전혀 아깝지 않은 그런 평온한 상태로. 고양이에게 한국말로 말을 걸던 것처럼, 아기에게 한국말로 자장가도 불러줬다. 시어머니도 아기에 푹 빠져서 와서 계속 안고 싶어 했는데 내가 그것도 눈치 못채고 아기를 안고 있었더니 내 뒤에서 안절부절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피에르가 이럴때 한국말로 나에게 "어머니 쥴리아 주세요. 지금!" 이라고 우리만의 신호를 나눴다.

 

 

마리옹네 집 정원. 밤에는 별이 잘 보인다.
Arcalod라는 산등성이 앞에 위치한 작은 호텔/식당이다. 시어머니가 우연히 등산하다가 발견한 이 새단장한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젊은 셰프가 지역의 신선한 재료로 요리를 하는 곳이었다. 시골동네의 산장모습 그대로 아주 자연스러운 페인팅으로 리모델링을 한 것도 멋있었다.  
시장에서 훈제 햄들을 사면서 갑자기 가방에서 수표책을 꺼낸 마리옹. (이게 가방 안에 왜 있어?) 
산 꼭대기 식당에서 파는 스타일의 블루베리 타르트. 딱딱한 타르트지에 듬뿍 끝까지 올라간 블루베리. 

 


 

 

 

이번 8월 뚜벅이 여행을 함께한 운동화. 월계수의 디올 귀걸이.
네덜란드에서 만난 사랑스러운 나의 펠리페. 
한국과 비슷한 그런 문화가 좋아서 파리에서 상영하는 일본영화는 거의 대부분 봤다. 향수병을 반쯤 달래주는 그런 효과다. 그래? 그 영화 괜찮대? 라는 친구의 질문에, 나 그냥 일본영화는 quasiment 다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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