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탈리아 여행은 줄곧 혼자 다녔는데 피렌체나 로마같은 도시는 여유롭게 다닐 수 있지만 바닷가로 내려오니 마리옹과 함께 이번 여행을 해서 참 다행이라 느꼈다. 소렌토 부두를 지나 한적한 식당들이 줄지어 있는 바닷가 마을에 도착한다. 생선요리만 하는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블루투스 스피커로 노래를 틀어서 춤추며 우리의 신청곡을 받아주던 이탈리아 아저씨와 음악을 듣다가 (Capri c’est fini~ ) 밤수영도 함께 하고.
한 달 전 쯤에 여행을 계획했다. 내가 한국에 있는 동안에 왓츠앱으로만 대화를 해서 동선을 대략 짜고 숙소를 차근차근 예약해 놓았다. 환경주의자인 마리옹은 비행기를 타지 않고 파리에서 기차로 이탈리아 남부까지 가는 일정을 계획했고, 나는 전혀 개의치 않고 에어프랑스에서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신용카드로 쌓아놓은 마일리지를 사용해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에어프랑스의 마일리지 정책은 한국으로 가는 티켓은 부가세 및 세금이 많이 나와서 단거리 비행에 쓰는 것이 유리해 보였다.
샤를드골 공항에는 에어프랑스의 전용 터미널이 있다. 체크인과 게이트가 오로지 에어프랑스로만 이루어진. 저가항공편이 아니라 그런지 주로 백인들이나 출장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한국에서는 전부 같은 인종이 살아가지만 유럽에서는 공간의 구분에 따라서 피부색이 단번에 바뀐다. 식음료 서비스의 공간들도 게이트 근처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맥도날드나 버거킹은 입점이 안되있고 스타벅스나 건강식 아침식사를 파는 카페가 주를 이뤘다. 나폴리에서 돌아오는 비행기에는 다시 프랑스 사람들로 가득 채웠는데 이탈리아어만 듣다가 익숙한 프랑스어가 들리니 집에 돌아가는 느낌도 들었다. 마침 음악축제의 날인 6월 21일 밤에 파리에 도착했는데 이 날은 1년 중에서 내가 무척 좋아하는 날이다. 나중에 깨달았을 땐 20일에 돌아오는 비행기로 끊을 걸 후회했다. 비행기에서 기장은 방송을 할 때 ‘오늘 음악의 날이니 Bonne fête’같은 인사를 했고, 착륙을 하면서 ‘왼쪽 창으로 아름다운 파리의 뷰가 펼쳐지니 창 밖을 보세요’라는 멘트도 던졌다.
2.
2003년에 와 본 로마의 기억은 크게 남는 것이 없었다. 트레비호수 근처의 상점들과 골목이 어렴풋이. 콜로세움에서 한국인가이드 언니가 너무 멋있어서 사이트에서 댓글을 정성껏 남겼던 것. 바티칸도 한나절 투어를 했었는데 인파에 밀려 방을 이동했던 기억만 남았다. 콜로세움과 포로로마노를 묶어서 판매하는 티켓이 있어서 얼떨결에 포로로마노도 봤다. 땡볕에 유적지를 돌아다닐 줄 알았는데 포로로마노의 규모가 굉장히 크다보니까 작은 박물관들도 구경하다보니 생각보다 즐거웠다. 바티칸은 원래도 갈 생각이 없었지만 마침 티켓도 없어서 마리옹도 포기를 했는데 대신에 작은 시립미술관 세군데를 가게되었다.
Terme di Diocleziano, Palazzo Massimo, Palazzo Altemps.
Altemps를 제외한 두 곳은 로마의 떼르미니 역 근처에 있는데 Termini라는 이름을 들으면 Terminus가 연상되지만 사실은 'Terme - 공중목욕탕'에서 따온 이름이라고 한다. 공중 목욕탕의 프레스코나 오래된 타일들이 많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굉장히 아름다웠다. 타일들은 주로 이탈리아의 건물에서 사용되던 1800년대나 1900년대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최소 천년~이천년은 더 된 타일들이 잘 보존되어 있었다.
TRASTEVERE 동네에서는 '404 Name not found'라는 이름조차 마음에 드는 바에서 와인을 마시고 지나가다 발견한 괜찮아 보이는 식당에서 첫 파스타를 개시. 더 최고였던 바는 나폴리에서 간 'Enoteca Belledone'인데 여기서 마신 Greco라는 이탈리아 와인 품종에 빠져서 파리로 돌아오면서 두 병을 사왔다. 언젠간 우리집에서부터 차를 끌고 출발해 이탈리아에서 트렁크 가득 와인을 실어오는 날도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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