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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urgogne

가져온 카메라/France

by Simon_ 2023. 9. 5. 0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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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종에서 남서쪽으로 브루고뉴지방 와이너리 투어를 갔다. 프랑스 국내에서 자동차를 타고 여행하다보면 심심찮게 포도밭을 만날 수가 있고 와이너리가 형성된 지역을 종종 지나치기도 했었다. 하지만 브루고뉴의 포도밭은 규모가 달랐다. 아주.

한시간 반동안 차를 타고 달리는 동안 양쪽으로 포토밭이 무수하게 이어진다. Route des grand cru라는 자동차 한대만 달릴 수 있는 좁은 골목도 표지판으로 표시가 되어 있다. 귀한 와인인 grand cru를 만드는 포도들이 자라는 곳이다. Dijon에서 출발해서 Beaune까지 내려가는 길에는 국도를 탔고, 이날의 일정을 모두 마친 해질녘에는 일부러 포토밭 사이에 형성된 마을들을 지나치면서 좁은 골목을 타고 다시 Dijon까지 올라오는 루트로 골랐다. 이 좁은 골목은 농사꾼들이 트랙터를 몰고 포토밭에 쉽게 접근하도록 만들어진 비포장도로였다. 잠깐 차를 세우고 광활한 포도밭을 감상하기도 했다. 프랑스에서는 새로운 마을에 들어가면 마을의 이름이 표지판으로 표시되있고 마을이 끝나면 빨간 빗금이 이름에 쳐진 표지판이 또 나온다. 아름다운 작은 마을들이 많았는데 이 대부분의 사람들의 경제활동 수단이 오로지 와인이라고 생각하면 신기했다.    

마리옹은 고등학생때 포토밭에서 단기알바로 일손을 몇 번 도와줬다고 했다. 그래서 이날의 와인 dégustation도 아는 곳에 나를 데려가고 싶어서 여러군데 전화를 돌렸지만 8월이라 전부 휴가를 가고 없었다. 그러다 찾은 곳이 제조업자가 가이드 하는 곳은 아니지만 판매업자들이 여러 와인을 골라놓고 소개하는 일종의 중간 상인이었다. 여기서 dégustation을 신청할 수도 있었고, 웹사이트에는 이미 예약이 다 찼다고 표시되었지만 전화를 해서 당일에 2명을 예약할 수 있었다. 콜롬비아나 멕시코같은 라틴계열 외국인여자가 우리를 맞아줬는데 마리옹이 들어오면서 누가 이곳을 운영하는지, Vougeot의 성과 연결되어있는지 물어봤는데 대답을 얼버무렸고 마리옹은 갑자기 엄청나게 실망한 눈치였다. 시음을 시작하기 전에 우리끼리 지하 저장소를 구경할 수 있게 놔뒀는데 우리 지역인데 나를 이런 관광객들이나 오는 곳에 데려온 것에 대해서 너무 분하다고 씩씩거렸고 나는 그 상황이 웃겨서 피식 웃었다. 내가 웃으니까 너도 지금 여기 관광지라고 동의하는거냐고 한번 더 낙담했지만. 그러나 다시 매장으로 올라가서 시음을 시작하고 차근차근 설명을 해주는 모습에, 무슨 질문을 던져도 푸근하고 다정하게 설명이 나오던 그녀에게 우리는 180도 마음이 바뀌었다.

Climats라는 단어가 내가 얻어온 와이너리 지도에 대문짝하게 제목으로 표시되어 있어서 마리옹에게 물었더니 부르고뉴 지방의 와이너리 전체적인 기후나 토질 특징을 말한다고 했는데 사실은 작은 구획들의 특징들을 일컫는 용어였다. 언뜻보면 비슷하지만 개념이 달랐고, Premier cru가 Grand cru보다 더 좋은거야! 라고 당당하게 외쳤던 마리옹은 나에게 지금까지 자기가 했던 말을 전부 다 잊어버리는 편이 낫겠다고 정확히 선을 그었다. 15유로와 20유로짜리 코스중에서 20유로를 선택해서 더 좋은 와인들을 시음할 수가 있었는데 그 덕분에 Grand cru의 와인을 마실 기회도 있었다. 브루고뉴의 와인은 Grand cru - Premier cru - villages - régionales로 등급이 구분이 된다. 처음으로 어떤 와인병에 적혀있는 모든 글자를 전부 해독해 봤다. Nuits-Saint-Georges라는 지역명이 처음 표시되있고, Premier cru, 그리고 그 밑에는 또 작은 글씨가 있었는데 그건 무엇을 뜻하는지 물어보니까 parcelle이라고 하는 포도밭의 구획들에 전부 이름이 붙여져 있었고, 백과사전같은 커다란 토지전집을 가져오더니 그런 구획들의 이름까지 모조리 적혀있는 것이었다. 페이지를 스르륵 펼쳐서 그 병에 적힌 parcelle의 이름을 보여주셨다. 보통은 와인시음을 하면 입에 음미한 와인들을 뱉어내고 또 다시 와인을 마시는데 언젠가 다른 와이너리에서 마셨던 건 품질이 좋지 않은 와인에서부터 고급와인까지 천천히 올라갔기 때문에 중간에 뱉었지만 이번엔 좋은 와인들만 시음을 했기 때문에 그냥 어쩌다보니 자연스럽게 다 마셨다. 마지막에 맛 본 Vougeut의 Grand Cru 레드와인이 너무 맛있었지만 150유로가 훌쩍 넘는 가격이어서 구매는 못하고 중간에 마신 화이트와인과 Crémant이라고 불리는 샴페인을 샀다. 화이트 와인에 스파클링이 들어간 일종의 샴페인이긴 한데 샴페인이라는 이름은 Champagne의 지역에서 나온 것만 이름을 붙일 수 있도록 법으로 정해두었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했다.

시음을 마치고 나오면서 진행자분에게 어디 출신인지 슬며시 물어봤는데 캘리포니아에서 왔다고 했다. 내가 아는 영어권 사람들 중에서 프랑스를 제일 유창하게 했으며 그녀의 프로페셔널함이 감동적일 정도였다. 진심은 눈동자를 통해서 전달되는 법이니까.   

           

Les Climats du vignoble de Bourgogne sont de petites parcelles de vignes précisément délimitées et réparties sur la côte de Nuits et la côte de Beaune, coteaux naturels aux sols argilo-calcaires de composition extrêmement variable s'étendant sur 50 km du sud de Dijon jusqu'aux Maranges.

         

투어를 시작하기 전에 점심으로 먹은 것. 부르고뉴 지방의 달팽이가 유명해서 그래도 한번 시켜봤지만 파리의 식당에서 먹는 것과 다를바 없었다.

 

 

Faire une distinction entre grand cru et premier cru, nous invite à nous plonger dans le vignoble bourguignon. A Bordeaux, il existe des grands crus et des premiers grands crus classés, mais les premiers crus ont disparu de la nomenclature officielle.

L’identité de la Bourgogne tient à ses 1 247 climats. On y recense 33 grands crus et 562 premiers crus. Ces catégories sont les deux plus prestigieuses de la classification. Elles sont suivies des appellations villages, puis régionales. Ce classement des parcelles trouve ses origines dans les distinctions qu’effectuaient déjà les moines cisterciens au Moyen-Âge.

Seules 5 régions possèdent l’AOP « Grand Cru » : Champagne (17 communes classées), Bourgogne (8% de la production), Alsace (31% de la production), Bordeaux (seule la commune de Saint-Emilion possède des châteaux qui peuvent bénéficier de cette appellation Saint-Emilion Grand Cru), Languedoc-Roussillon.

 

 

La grand cave de Vougeot에서 dégustation을 했고, 차에 와인만 실어놓고 포도밭을 걸었다. 어렸을때 할머니집의 포도밭에서 맡았던 비슷한 냄새가 났는데 마리옹은 지금 나는 냄새가 농약 냄새라고 했다. 국제적으로 농약냄새는 비슷한 것인지, 농약이 포도잎에 분사되었을때 화학작용으로 나는 냄새가 비슷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9월이 대대적으로 포도를 수확하는 시기였고, 그래서 포도가 탐스럽게 익은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언젠가 와이너리 포도밭에 난 포도를 하나 몰래 따먹어 봤지만 식용으로 먹는 포도에 비해서 당도도 떨어지고 별 맛이 없었다. 포도밭 옆에는 돌을 쌓아서 만든 낮은 담장이 있고, 포도밭으로 입장하는 작은 문을 만들어서 Clos라고 불렀다. 

 

이드 언니가 Vougeot구역에는 청포도/화이트와인의 비율이 적어서 아주 조그마한 구역만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했는데 걷다보니까 딱 그 지도에 맞는 청포도밭을 발견했다. Clos blanc de vougeot


 포도밭을 통과해서 Vougeot 성까지 걸어왔다. 중세시대의 와이너리를 그대로 볼 수 있다는 곳이다. 방문할 생각은 아니었는데 궁금해서 입장료를 내고 들어왔다. 항상 프랑스의 성들을 가보면 성의 바깥에서는 볼 수 없는 숨겨진 아름다움이 내부에 있었다. 지붕을 쭉 잡아당겨서 아래까지 연장한 구조가 시선을 끈다. 지붕 아래에 개방형 창고처럼 생긴 공간에는 사면의 각각 구석마다 기계를 하나씩 넣어서 포도를 짜냈는데 커다란 믹서기처럼 착즙하는 목재 구조물이었다. 

우리가 방문할 시기에 상설전에는 뜬근없는 에펠탑 전시가 있었는데 알고보니 귀스타브 에펠이 디종출신이라고 한다.

 


Beaune의 마을 중심에 주차


 

Hospices de Beaune

Hospices de Beaune, Hôtel-dieu라고도 부른다. 100년 전쟁 말기부터 병원으로 운영되다가 지금은 박물관이 되었다. 역사적으로도 중요한 장소이며 건축적으로도 가치가 있는 곳이다. 마리옹의 단과대학 의대생들이 학위수여식을 이곳의 광장에서 진행한다고 했다. 티켓을 끊고 입장하자마자 눈에 띄는 화려한 지붕장식. 내부에도 스테인드글라스와 벽화등으로 장식에 힘을 준 것을 볼 수 있다. 종교적인 권위를 드려내려는 것이겠지만 병원이라는 우울한 장소가 한껏 아름다워질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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