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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york) Midtown - Library

가져온 카메라/US

by Simon_ 2022. 4. 21. 0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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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천공항에서 출발한 비행기에서 내릴 땐 한국인들이 많고, 파리에서 온 에어프랑스에는 프랑스인들이 우루루 몰려내린다. 여권심사를 할 때 까지만해도 같은 줄을 서있다가, 백신이나 이스타 관련 서류를 서로 물어보기도 하다가, 점점 프랑스어가 들리는 소리가 옅어지고 새로운 곳에서의 여행이 시작된다. 금요일에 내가 점심때 파리에서 비행기를 타고 저녁 6시쯤 도착하면 현진이가 퇴근하고 공항으로 데리러 오기로 했는데 내가 탄 비행기가 한참 연착이 되었는데도 과속을 했는지 30분이나 넘게 일찍 도착하게 되었다. 다음날 시내에서 유심카드를 사기로 했고, 비행기가 도착한 터미널에서 꼼짝 움직이지말고 기다리라는 지시를 받았기 때문에 대기 의자에 40분 정도를 앉아 있었다.

Pamela paul의 '100 Things we've lost to the internet'라는 책에서 인터넷, 스마트폰 때문에 사라진 것들 중에서 Boredom(지루함)을 꼽았던 것이 인상깊었는데, 그 이후엔 스마트폰으로 웹서핑이나 메일체크나 뉴스레터 확인, 온라인 쇼핑같은 자잘한 일들 자체도 아예 하지 않는, 전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에 일부러 나를 집어넣기도 했다.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지 않은 상태. 강제적으로 이렇게 unconnected 되어있던 JFK공항에서 파리에서 같이 온 승객들이 뿔뿔이 흩어지는 모습을 구경했다. 멀리서 온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는 마음들, 포옹들.

이 날 특히 기억에 남는 사람은 아기를 안고있던 프랑스여자였는데 이 프랑스 여자는 미국에 살고 있는 듯 했고, 에어프랑스에서 수화물을 찾고 나온 승객중 60대 정도로 되보이는 부부가 있었는데 그들이 미국에 사는 프랑스여자의 부모님이었다. 갓난아기를 조금 벗어난, 그래도 아주 작은 아기를 보니까 아마도 코로나 때문에 국경을 이동하지 못했으면 이 60대 부부는 딸이 낳은 아기를 처음 보는 순간이지 않을까 싶었다. 그들의 딸인 프랑스여자와 포옹과 비주를 하고 아기를 사랑스럽게 쳐다보는 눈빛들을 보는데 뭔가 그 장면에서 주책이게도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공항에서 우리 엄마아빠와 헤어지고 만나는 순간들도 떠오르기도 했고, 내가 아이를 안고 있는 미래도 머릿속을 스쳤는지 모른다.

 

2.

화요일. 이날은 원래 퍼블릭 라이브러리 쪽을 가볍게 돌아서 산책을 하고 브루클린에 가려고 했는데, 실제 사용되고 있는 라이브러리도 들렀다가, 관광지인 퍼블릭 라이브러리 내부에서도 시간을 보내다 보니까 이날은 브루클린엔 못갔다. 서성이며 하루를 보내고 센트럴파크쪽까지 올라갔다가 트레이더스조에서 장을 봐서 저녁을 준비하러 일찍 들어갔던 날이다. 라이브러리에서 좋았던 건 매 층마다 엘리베이터 근처에 세계의 아름다운 도서관 사진들이 액자에 크게 걸려있던 것이다. 특히 이탈리아에 근사하고 오래된 도서관이 많았다. 나중에 스토어에서 보니 웬걸 움베르토에코의 책에 수록된 사진들이었다. 

 


3.

길의 풍경들을 빼곡히 카메라에 담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거리의 일꾼들이 눈에 들어왔다. 프랑스에서 vélo électrique(전기자전거)으로 배달일을 하는 사람들은 이민자들인 아랍인종이나 흑인이 많은데 뉴욕에서는 멕시칸들이 대부분이다. 테이크아웃 주문 위주인 식당들 앞에 우루루 모여있기도 하는데 그런 식당들은 주로 vegan, healthy, slow, eco frendly etc. all trendy things를 갖다붙인 가치들을 강조하지만 그 이면에는 또다른 노동착취 구조가 있는게 아닌가 싶은데, 게다가 이들은 케밥이나 할랄가이즈 같은 음식으로 끼니를 때운다. 맨해튼에서 베이사이드 왕복은 항상 LIRR을 타고 다녔는데, 목요일에 플러싱에 가는데 지하철이 이어져 있어서 LIRR대신에 지하철을 탄적이 있다.  LIRR과 지하철의 차이는 7.5달러와 2.7달러의 차이이기도 하지만 monthly로 끊으면 약 200-300불 정도 차이가 난다고 했다. 시간을 10분에서 15분 정도 단축 시킬 수 있고 어쩐지 몸에 피로가 덜 간다는 것인데 놀랍게도 이 두가지의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인종이나 사회계층이 명백하게 갈렸다. 노동직과 사무직으로,  200불 정도 더 지불하는 것이 생계에 부담이 되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로.

 

 


처음 뉴욕에 왔을때 제일 인상깊었던 장소, 그랜드 센트럴. 은하수 그림이 수놓아진 천장벽화가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나중에 다시 오게되면 천천히 음미하리라 다짐했었지.

 

 

4.

모던한 스타일의 카페보다 올드 아메리칸풍의 다이너의 매력에 빠졌다. 열차칸에서 구획이 나뉜 것 처럼 소파테이블이 등을 맞대고 구분된 설계에서부터 미국스러운 디자인이 느껴진다. 여기서 커피를 마시면 에스프레소머신에서 뽑아내린 커피는 아니지만 커피잔이 반쯤 비워지면 물을 채워주듯이 계속 커피를 더 부어준다. 그러면 따뜻한 커피를 끝까지 계속 마시다가 마지막에는 잔을 전혀 비우지 못한 채로 자리를 뜨기도 한다. 가끔 오전에 오게 되면 베이글을 곁들여서 커피를 마시기도 했지만 정식으로 음식을 시켜서 먹지는 않았다. 다른 사람들이 음식을 시키고 먹는 모습을 관찰한 적은 많은데 대부분 마실 것을 먼저 주문하는데, 커피를 시켜놓고 좀 마시다가 식사를 하는 점이 흥미로웠다. 프랑스에서는 식당에서는 음식을 다 먹고 디저트를 먹거나 커피는 마지막에 마시는데.

이런 다이너에서는 여인숙 주인장처럼 항상 입구 카운터에서만 결제를 받는 사람이 상시 대기중인 것도 특이한 점이다. 계산서를 주세요. 라는 말은 빌이라는 단어인 줄 알았는데 미국 문화상 체크라는 단어를 쓴다고 했다. can i get a check? 체크를 달라고 하는게 통상적이라고 한다.  이런 장소에서 울리는 전화벨 소리 마저도 두꺼워서 어찌나 80년대의 느낌이 나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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