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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york) West Village - East Village - Nina simone

가져온 카메라/US

by Simon_ 2022. 4. 18.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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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월요일엔 그리니치빌리지에 향했다. NYU근처에 있는 카푸치노로 유명한 카페에 갔고, 계속 걸었다. 워싱턴파크에서는 체스를 두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뤽상부르공원처럼 테이블에 체스판이 이미 그려진 그런 곳이었다. 조니 아저씨가 체스판을 두고 앉아서 있는데 나는 눈이 마주쳤다. 나는 체스를 아주 좋아하지만 이렇게 공원에서 선뜻 체스의 고수들과 게임을 하기엔 부족하기 때문에 선뜻 도전장을 내민 적이 없다. 어쩐지 그들은 내가 어디로 말을 움직일지 다 꿰고 있을 것 같은 기분이다. 속을 다 읽힐 것 같은 두려움. 가끔 아주 똑똑한 사람들을 만나도 그런 옴짝달싹한 기분이 들 때도 있다. 내가 무슨 말을 해도, 아니면 내가 말을 하면 할 수록 내 한계를 바로 읽히는 기분. 하지만 세상에 나보다 현명한 사람은 아주 많기 때문에 맞서는 연습을 해야 한다. 지금까지 내가 발견한 해결책은 더 솔직할 것이다. 더 가식부리지 말고 진실될 것. 아마 더 경험이 쌓이면 다른 방도도 있겠지만 아직은 잘 알 수가 없다. 조니 아저씨는 굉장히 친절한 사람이었다. 내가 실수를 했을 때에는 일부러 말을 하나 살려주기도 했고, 내가 오히려 과감한 움직임을 보여줄 때에는 I liked that move! 칭찬을 해주며 웃어주기도 하고. 결국 마지막에 내 말을 하나 구원해 줘서 내가 이기게 되었다. 뉴욕의 나들이 일정 중에 시간이 더 있었으면 꼭 한번 더 갔을지도 모른다. 워싱턴파크의 조니. 

이날은 유난히 사람들과 말을 많이 섞었다. 니나시몬의 공연을 보고 펜스테이션에서 LIRR을 타려고 하는 순간, 60대 백인아저씨와 눈이 마주쳤다. 하겐다즈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던 그를 보며 내가 웃음을 지었는데 그 사인이 좋았는지 내 옆자리에 와서 앉아 집가는 길에 말동무가 되어달라했다. 나도 모르게 그런 눈웃음을 공유할 수 있는 여유로운 사람이 된 것이었으면 좋겠다. 아니면 여행이여서 그런 여유도 부린 것인가. 파리에서 피곤하고 예민한 상태에서도 이런 마음의 여유를 유지할 수 있도록 안정된 마음의 집을 쌓아야 겠다. 하겐다즈를 먹던 아저씨와는 베이사이드에 한국사람들이 많은 이유들과 결혼과 이혼이라는 별 시답잖은 이야기를 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완전히 모르는 타인과 우연한 대화를 순간적으로 나누고 헤어지는 우연은 어쩐지 좋다. 

그랬다. 현진이가 사는 베이사이드에는 한국사람이 굉장히 많다. 플러싱은 차이나타운으로 형성되어있고 이곳은 한국인들이 사는 곳이다. 아침에 사람들이 맨해튼으로 출근하는  LIRR을 탈 때 나도 같은 열차를 탔기 때문에 그들을 신기한 눈으로 바라봤다. 9시 31분 펜스테이션으로 향하는 기차. 20-30분 간격으로 배차가 되어있기 때문에 거의 5분 전이 되야 사람들이 역에 가득차기 시작한다.

학교를 가는 젊은이들도 아주 가끔 있었지만, 30대부터 40대, 5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있었다. 다만 그들의 모습은 굉장히 전형적인 베이사이드에서 사는 사람들이었다. 여성들은 전부 클래식한 명품백을 하나씩 들고 있지만 전혀 클래시하진 않고 특유의 어떤 촌스러움이 있다. 화장을 아주 진하게 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맨얼굴은 아닌, 눈썹문신이나 아이라인을 조금 뺀 정도. 그런 느낌이다. 특히 중년이 지난 한국인들은 80년대에서 시간여행을 해서 건너온 사람들 같다. 그곳에 자리잡은 한국음식점도 그런 모습이었는데 그마저도 그곳의 어떤 문화가 된 게 아닐까 싶다. 현진이의 결혼식날 리셉션에서 관리를 해주던 아주머니도 친절하고 꼼꼼한 일처리를 해주지만 여기서 얼마나 악착같이 버텨냈을까 싶은 그런 억척스러움이 얼굴에 문신처럼 새겨져 있다. 내가 이민을 나와서 마음 한 켠으로 제일 두려운 것이다. 단단한 사람이 되지만 억센사람이 되지 말자고. 역경을 버텨내서 우아함으로 무장한 사람이 되자고. 

이날 저녁에 니나시몬의 공연을 봤다. 원래는 여행지에서의 루틴처럼 재즈클럽을 한군데 가는게 목적이었는데 검색하다보니 운좋게 니나시몬을 오마주하는 연극이 있다는걸 알게 되었다. 어쨌거나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재즈뮤지션이기도하고 웬만한 앨범들은 전부 알고있으니까 설레는 마음으로 예약을 했다. 아쉬웠던 건 좌석이 너무 앞자리에 있어서 집중하기가 힘들었던 건데 특히 첫번째 세션에 내가 좋아하는 곡들이 많았는데 놓친 것 같아서 아쉬웠다. 인터미션때 자리를 옮겨서 멀리서 공연을 보니까 좀 괜찮았고, 어떤 순간엔 눈물이 나기도 했다. 실제 니나시몬의 말투나 제스쳐를 따라하는 게 어딘가 모르게 어색했는데 그래도 노래를 부를 땐 감동이 전해졌다. 그렇게 좋아하던 니나시몬의 공연을 듣는 것 자체에서 감정이 동요되서 눈물이 난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불어로 된 책을 읽다가 역무원 미국인에게 불어로 pardon이 튀어나온 적이 있었다. 가볍게 여행하기 위해서 주로 에센셜하고 가벼운 한 권의 책만 들고 가서 현지에서 추가로 맘에드는 책을 사서 읽었는데 이번에는 127북스에서 한 권 샀다. 127북스는 새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이번에 다시 가서 문열고 들어가보니 그때 너무 좋았던 서점이었던게 기억났다. 그들의 셀렉션도 다 너무 좋았고, 똑같은 책을 여러권 쌓아놓고 파는 다른 일반 서점과 같은 식료품점 스타일이 아니라 쌓여있는 책을 하나 집어들면 그 밑에는 그 작가의 다른 책이 계속 튀어나오는 그런 참신하고 아름다운 서점이다. 요즘 꽂혀있는 데보라레비의 책 중에 처음보는 타이틀이 있어서 사왔다. 아마 뉴욕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서점이 아닐까. 두번째는 뉴욕버전의 셰익스피어. 전혀 파리의 꺅띠에 라땅 근처에 있는 곳과는 다른 분위기였지만 괜찮은 책들을 너무 많이 발견해서 사진을 왕창 찍어왔다. 주문해서 읽을 일만 남았네. 

 

Caffé Reggio. 빈티지한 유러피안풍의 카페였는데 파리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본 뉴욕 배경의 로맨틱 영화에서 촬영장소로 나온 곳이라 반가웠다. 그 영화는 전혀 처음듣는 제목이었는데 내 옆에 앉았던 영화취향이 비슷하다 싶었던 동양인여자가 보고 있던 걸 똑같이 틀어서 봤다.


At Washington Squ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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