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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파 라히리 _ 이름 뒤에 숨은 사랑

甛蜜蜜/영혼의 방부제◆

by Simon_ 2023. 9. 23.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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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파 라히리_ 이름 뒤에 숨은 사랑

이번 여름에 작은 캐리어 안에 포함된 세 권(한국어, 영어, 불어)의 책 중에 하나다. 여행을 갈 때 어떤 책을 가져갈 지 고르는 것도 여행의 중요한 부분이다. 혼자 새로운 도시를 방문할 때에는 더 많은 것들을 보고 싶어서 걷고 또 걷다보면 정작 책을 읽을 시간이 충분하진 않지만 그래도 천가방에 가벼운 책 하나는 넣고 다녔다. 상아네 집의 책장에서 꺼내온 10년만에 읽은 목수정의 책은 브뤼셀의 변덕이는 날씨에 카페에 앉아서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는 동안 빠져들면서 읽었다. 그녀가 책을 썼을 때처럼 나도 삼십대가 되어보니까, 그리고 나도 프랑스에서 살아보니까, 그녀의 말에 더욱이 공감하는 부분도 있었고, 오히려 맞장구 칠 수는 없는 부분도 생겼다. 줌파 라히리를 알게 된 것도 그쯤 되었다. 부르주아적인 계급에 갇혀있다는 평론에 어느정도 동의하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줌파라히리 특유의 우아함이 좋아서 여전히 애정하는 작가다. 알프스 풍경이 보이는 호숫가에 앉아서 책을 펼치면 단번에 뉴욕으로 상상력을 펼치게 하는 책의 매력.  

이 책 역시 인도의 이민자에 관한 소설이다. 맥신과의 만남, 모슈미와의 새로운 만남. 영화도 궁금했지만 The Namesake에서 나온 여배우들이 줌파라히리가 묘사한 맥신, 모슈미에 비해서 너무 볼품없어서 실망이다.  

 

 

 

 

그녀가 본 미국인들은 공공연한 애정 표현과 미니스커트와 비키니에도 불구하고, 길거리에서 손을 잡고 케임브리지 커먼에서 뒤엉켜 누워 있기를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프라이버시라는 것을 중요시하였다. (…) 그녀는 문득 자신이 지금 이 병원에 있는 유일한 인도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p.12

 

난디 부부와 굽타 박사가 곁에 있어 고마웠지만, 그들은 단지 진짜로 아기 곁에 있어야 할 사람들의 대역일 뿐이었다. 할아버지나 할머니, 부모님, 삼촌이나 숙모 한 사람 곁에 없이 아이를 낳은 것은 어쩌다 일어난 반쪽짜리 사실 같았다. 미국에 있는 다른 모든 것들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쓰다듬고, 젖을 먹이고, 빤히 쳐다보면 볼수록 그녀는 아들이 가엾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따. 이제까지 이렇게 외롭고, 이렇게 결핍된 채로 세상에 발을 들여놓은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 p.39

 

아시마와 아쇼크는 눈을 감을 때마다 자기 아이들의 말소리가 미국 사람들과 똑같은 데 질려버리곤 하였다. 그들이 아직도 헷갈려 하는 언어로, 아직은 신뢰가 가지 않는 억양으로 아이들은 능숙하게 대화를 하는 것이었다. p.90

 

벵골어 수업에서는 선생님들이 캘커타에서 직접 가져온 5세 어린이용 수제 초보 득본을 읽었는데, 고골리는 그 종이가 학교에서 쓰는 화장실 휴지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p.91

 

가격도 묻지 않았는데 영수증이 나왔고, 두 번 생각도 않고 200달러짜리 영수증에 서명을 했다. 집으로 돌아온 고골리는, 모슈미가 한 번도 그의 아파트에 와본 적이 없는데도 옷장 깊숙이 그 모자를 숨겨놓았다. 생일날 줄 생각이었다. 생일이 언제인지조차 아직 모르면서 말이다. p.269

 

수표는 대부분 니킬과 모슈미 강굴리 앞으로 되어 있었다. 그 중 몇은 고골리와 모슈미 강굴리 앞으로 되어 있었다. 금액은 주로 101달러나 201달러, 또 가끔은 301달러짜리도 있었다. 벵골 사람들은 딱 떨어지는 액수를 주는 것은 불길하다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p.294

 

도날드와 아스트리드는 남들을 맥빠지게 할 만큼 자신만만한 커플로, 고골리의 생각에는 그들이야말로 모슈미가 살고 싶어하는 삶의 본보기였다. 그들은 사람들을 불러다가 저녁 파티를 하면서 친구들에게 그들의 유산을 전파하였다. 그들은 자신들이 살고 있는 종류의 삶에 대한 열렬한 대변인이었고, 고골리와 모슈미에게 일상적인 일들에 대한 의심의 여지를 남기지 않는, 확신에 찬 조언을 끊임없이 해주었다. 그들은 설리번 가에 있는 어떤 제과점이 좋고, 모트 가에 있는 어떤 정육점이 좋다고 맹세한다, 고 말하곤 하였다. 어떤 종류의 커피메이커가 좋다고 얘기하는가 하면, 침대보로는 어떤 피렌체 디자이너의 것이 좋다고 하였다. 이런 판결을 듣고 있으면 고골리는 머리가 돌아버릴 것 같았지만, 모슈미는 그들의 말에 충실했다. 다니는 길에서 벗어나더라도, 게다가 그들의 경제 사정에서 벗어나더라도, 반드시 그 제과점까지 가서 빵을 샀고, 그 정육점에서 고기를 샀다. p.305

 

고골리는 이 사람들과 할 얘기가 없었다. 그는 이들이 논문으로 무엇을 쓰든, 무슨 음식을 먹지 않든, 무슨 색으로 벽을 칠하든 관심이 없었다. p.307

 

그는 이런 종류의 대화에 끼는 것도, 듣고 있는 것도 싫었다. 식탁 위에 인명 사전들이 잔뜩 올라왔다. 완벽한 이름 고르기, 특이한 아이 이름, 바보를 위한 작명 가이드 등이었다. 그 중에는 절대로 지어서는 안되는 이름이라는 책도 있었다. 어떤 페이지는 표시를 위해 접혀 있었고 옆에는 별표와 체크표를 해놓았다. 한사람이 자카리라는 이름이 어떠냐고 하였다. 그러자 다른 한 명이 언젠가 개 이름을 자카리라고 지은 적이 있었다고 캤다. 모두 자신의 이름이 무엇을 뜻하는지 찾아보더니 어떤 사람들은 좋아하고 어떤 사람들은 실망하였따. 고골리와 모슈미는 모두 이 책들에는 나와 있지 않았다. p.311

 

모슈미의 수업은 아침 8시에 있었으므로 처음에는 짜증이 많이 났었다. 그러나 일어나서 샤워를 한 후 옷을 입고 밖으로 나와, 집이 있는 블록에서 라테를 사서 한 손에 들고 거리를 걷고 있으면 기분이 상쾌해졌다. 이 시간에 거리에 나와 있다는 것 자체가 일종의 성취감처럼 느껴졌다. 집을 나설 때 니킬은 잠들어 있었다. p.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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