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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은 여름_ 김애란

甛蜜蜜/영혼의 방부제◆

by Simon_ 2023. 5. 8.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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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은 여름_ 김애란

 

4년만에 돌아온 한국은 변한 것도 많지만 자연스럽게 잊혀져버린 것들도 많았다. 건축을 제대로 공부한 것도 아니지만 여행을 다니면서 사진을 많이 찍다보니 특이한 창문형태나 건물등을 자연스럽게 관찰하는 때가 많다. 미닫이 창문의 중간에 고리가 있어서 돌려서 고정시키는 부품이라든가 오래된 상가의 화장실에 가면 손가락만한 작은 철제부품으로 문을 잠그는 것은 한국이나 아시아에만 있는 건축마감이기도 하고 유럽에서는 오랫동안 보지못했던 것이라 눈에 띄였다. 책은 오래전 출간되었을 이미 읽었던 책이다. 해외에서 이사를 다니면서 누군가에게 주고왔을게 뻔하다. 최은영작가와 인상이 비슷해서 자주 헷갈리기는 해도 단편소설들의 각자의 인생들이 보여주는 최선과 허무가 동시에 묻어나면서 한국만의 시각적인 풍경도 있어서 여전히 아끼는 책이다. 작가가 묘사하는 한국의 전경은 내가 한국을 떠나서 다시 돌아와 지방에 가는 시외버스를 타고 있는 그런 새로운 시각이어야 비로소 보이는 그런 것들이다.  

 

 

노량진에 머문 이년동안 도화는 자투리 시간도 허투루 쓰지 않았다.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수건 개듯 접어 썼다. 필기 공부는 물론이거니와 오전에 , 오후에 , 세트에 열다섯 번씩 악력기로 손힘을 키웠고, 집중력이 떨어질 여성전용 독서실 휴게실에서 물구나무서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그리고 이런 도화의 완고함은 독서실 안에서 종종 놀림거리가 됐다. p98

 

길에서 맞는 어둠은 매번 낯설었다. 밖은 깜깜해 지금 내가 지나는 데가 어딘지, 목적지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그럴 내가 어딘가 무척 곳에 있는 느낌이 들었다. 버스는도시가 아니면서 도시가 아닌 것도 아닌공간을 한참 가로질렀다. 미분양 아파트와 아울렛, 비닐하우스와 공장, 공원묘지와 화원, 진흙오리구이며 장어구이 따위를 파는 보양식당과 프로방스풍 모텔을 비껴갔다. 수도와 지방의 이음매는 무성의하게 시침질해놓은 옷감처럼 거칠었다. 어둠 너머론 논과 밭이 지루하게 계속 이어졌다. 그러다 서울 톨게이트쯤 오면 꼬리를 길게 늘인 자동차 행렬이 거짓말처럼 나타났다. 수많은 불빛이 빨갛게 달아오른 중심을 향해 빨려들어갔다. p.159

 

아버지와 헤어진 어머니는 비난의 대상을 주위 사람들로 바꿨다. 여자는 머리가 저런지 모르겠다, 아저씨는 밥을 너무 무식하게 먹지 않니, 애를 저렇게 입히면 어쩌니. 다른 이들의 사소한 결점을 헐뜯으며 자존심을 지키려 했다. 그런 어머니가 시간가량 정정스런 왓포 마사지를 받고 맑은 얼굴로, “누가 몸을 이렇게 오래 만져준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아가씨가 스킨십을 하도 오래 해줘서 하마터면 정들 뻔했네라고 말했을 처음으로 태국에 오길 잘했단 생각이 들었다. p.170

 

강의를 마치고 돌아올 종종 버스 창문에 얼비친 얼굴을 바라봤다. 그럴 과거 지나가고 사라지는 아니라 차오르고 새어나오는 거란 생각이 들었다. 살면서 나를 지나간 사람, 내가 경험한 시간, 감내한 감정 들이 지금 눈빛에 관여하고, 인상에 참여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것은 결코 사라지지 않고 표정의 양식으로, 분위기의 형태로 남아 내장 깊숙한 곳에서 공기처럼 배어나왔다. 어떤 사건 뭔가 간명하게 정리할 없는 감정을 불만족스럽게 요약하고 나면 특히 그랬다. ‘ 이후 나는 인상이 미묘하게 바뀐 알았다. 그럴 정말 내가 과거를먹었다 생각이 들었다. 소화는, 배치는 지금도 진행중이었다. p.173

 

요양병원에는 몸이 불편한 어르신이 많다. 전쟁을 겪은, 전쟁을 아는, 여전히 전쟁중인 분들이. 여느 무리가 그렇듯 그중에는 좋은 분도, 그렇지 않은 분도 있다. 고집스러운 얼굴로 이상한 식탐을 부리고, 비위를 맞추면 반말하고, 사무적으로 대하면 훈계하고, 식사 아무 일도 없으면서 새치기하고, ‘찬밥도 위아래가 있다 장유유서 정신을 강조하는 분들이 정말로 많다.

-너무 스트레스 받지 . 가진 도덕이, 가져본 도덕이 그거밖에 없어서 그래.

오래전 당신과 팔짱을 끼고 걸을 , 사람들이 자꾸 쳐다보자 당신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지. 병원 어르신들을 보면 가끔 그말이 떠올랐다. 나는 당신의 그런 영민함이랄까 재치에 반했지만 한편으론 당신이 무언가 가뿐하게 요약하고 판정할 때마다 묘한 반발심을 느꼈다. 어느 그게 타인을 가장 쉬운 방식으로 이해하는, 개인의 역사와 무게, 맥락과 분투를 생략하는 너무 예쁜 합리성처럼 보여서. 답답하고 지루한 소도시에서 나부터가 합리성에 목말라 있으면서 그랬다. p.200

 

 

현석에게 유학생활에 생기는 이지러짐, 욕망을 너무 오래 유예한 사람의 보상 심리랄까, 복수심이 자라나지 않았을까 석정했는데.. 이십대 섬세함은 까다로움으로, 정의감은 울분으로, 우수는 의기소침함으로 변하지 않았을까 염려했는데, 주제넘은 생각이었다. 변한 쪽이었다. p.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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